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장외 타격왕' 이재원(26)이 마침내 개인 타이틀을 향한 경쟁에 정식으로 이름을 내밀었다.

이재원은 4월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 시즌 타율 0.463으로 롯데 히메네스(0.414)를 제치고 타격 선두에 올랐다.

이재원의 타격 선두 등극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포수 포지션이 포화 상태인 SK에서 대타 요원으로 나설 때가 많은 이재원은 규정 타석에 약간 모자라던 29일까지 타율 0.476을 기록한 '장외 타격왕'이었다.

30일 네 차례만 타석에 들어서면 규정 타석을 채울 수 있어 사실상 타격왕 등극을 예약해 둔 상태였다.

그리고 30일 규정 타석을 충족시켜 단숨에 수위타자를 향한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경기 전에 미리 만난 이재원은 "기분은 좋지만 시즌이 많이 남아 있어 크게 신경쓰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그 순간, 하루만 기분을 즐길 것 같다"고 특유의 선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재원이 현재에 이르기까지에는 깊은 사연이 녹아 있다.

이재원은 SK에서 오랫동안 자신이 원하던 바와 다른 길을 걸어야 했다.

탁월한 타격 능력을 겸비한 포수로 기대받으며 2006시즌 드래프트에서 SK에 1차 지명받은 이재원은 팀 내에 박경완, 정상호 등 좋은 포수가 많다 보니 전문 대타 요원으로 길러졌다.

"어지간한 좌완 투수의 구질은 대부분 알고 있다"고 말할 만큼 '왼손 스페셜리스트'의 실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지만, 오히려 그 탓에 제 포지션인 포수로 단련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전임 김성근 감독 시절부터 이재원은 왼손 전문 대타 요원으로 1군 벤치를 지켰다.

정상호, 조인성 등 붙박이 안방마님이 둘이나 포진한 올 시즌에도 이재원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지만, 용병 타자 루크 스캇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주전 지명타자로 기회를 얻었다.

4번 타순에 설 때가 많은 부담스러운 자리였지만, 흔들리지 않고 맹타를 휘두르면서 마침내 첫 개인 타이틀까지 넘보게 됐다.

이재원은 이제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0.647이고 우투수에는 0.425, 언더핸드 투수에는 0.300을 찍는다.

우완이나 잠수함 투수를 만나도 매우 강력하고, 좌완을 상대할 때면 예전보다 훨씬 무서운 '괴물'이 된 것이다.

이재원은 지금의 놀라운 성적에 대해 "타격감이 좋기 때문"이라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상무 시절처럼 꾸준히 타석에 들어선 것이 도움이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현재를 두고 "상무에서 경기를 치르는 기분과 비슷하다"며 매일 경기에 나서는 즐거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재원은 왼손 투수에 압도적인 타율을 기록한 것을 두고도 "예전에는 워낙 좌완 스페셜리스트라는 말을 많이 들어 왼손 투수와의 대결에 부담도 느꼈다"며 "지금은 더 잘 치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원 자신의 말마따나 여전히 긴 시즌이 남아 있는 만큼, 주전으로 풀타임을 소화해 본 경험이 없는 이재원이 얼마나 지금과 같은 고감도 타격을 계속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동시에 곳곳에서 묻어나오는 자신감은 쉽게 지금의 상승세가 떨어지지도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한다.

오랫동안 대타로서 때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며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여유를 얻었고, 주전으로 뛰면서 감각까지 얻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재원의 꿈은 현재의 성적을 유지하는 것 이상이다.

지금도 매일 포수 훈련을 하는 이재원은 SK의 주전 포수로 올라서는 날을 꿈꾼다.

그에 앞서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각종 부상으로 지난 2년간 네 차례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회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재원은 동료 선수들이 우스갯소리를 섞어 '약쟁이'라는 별명으로 부를 만큼 각종 영양제를 빼놓지 않고 복용할 정도로 자기 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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