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듀얼' '파수꾼' '귓속말' 등 잇따라…시청자 분노 집중

TV 드라마에서 잇따라 '비리 검사'가 악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연쇄 살인마나 부도덕한 재벌, 악녀의 자리를 '비리 검사'가 채우며 시청자의 분노를 끌고 간다.
1995년 '모래시계'의 검사 '강우석'은 청렴과 불편부당의 상징이었지만, 2017년 안방을 채우는 드라마의 검사들은 하나같이 '비리 검사'다.
현실의 검찰 개혁 바람과 맞물리는 발빠른 행보라는 시선과 너도나도 '분노 상업주의'에 발을 담근다는 시선이 공존한다.
어느 쪽이든 검찰에 대한 시청자의 불신이 반영된 결과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보인다.

◇ 뇌물·증거조작·성매매 등 다채로운 비리

지난 10일 시작한 tvN 주말극 '비밀의 숲'은 검찰 조직에 두루 돈을 뿌리고 다녔던 한 스폰서가 살해된 사건에서 출발한다.

지검 차장 검사가 그 정점에 서 있고 경찰서장 등 경찰조직까지 검은돈의 마수는 뻗쳐있었다. 검사의 수뢰, 증거조작, 성매매는 기본이고 조금만 더 파면 살인교사까지 나올 태세다.

'비리 덩어리'인 차장 검사의 자신감은 끝이 없다. 자신의 비리를 캐는 후배 검사에게 '뒷배'를 제안하며 그를 포섭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차기 지검장 자리가 "99.9%" 자신에게 온다고 말한다.

OCN 주말극 '듀얼'의 주인공 검사와 형사는 나란히 사건 무마 대가로 5억 원씩 챙겼다. '전적'도 있다. 검은돈을 챙긴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SBS TV 수목극 '수상한 파트너'에서는 한 지방 검찰청장이 증거를 조작하고, MBC TV 월화극 '파수꾼'에서는 자기 아들의 범죄를 덮으려는 서울중앙지검장과 권력에만 눈이 먼 검사들이 등장한다.

앞서 지난 3월 끝난 SBS TV '피고인'과 5월 끝난 SBS TV '귓속말'은 '비리 법조인' 집합소였다. '피고인'은 재벌의 달콤한 돈과 결탁한 비리 검사들이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씌우는 이야기를, '귓속말'은 '스폰서 검사'로 떠들썩하게 언론을 장식하고 옷을 벗은 자를 비롯해 각종 비리로 더러워진 판사, 검사, 변호사를 줄줄이 등장시켰다.

◇ "현실과 관계가 없습니다"…과연?

'비밀의 숲', '귓속말' 등은 드라마 시작에 앞서 "본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현실과 관계가 없습니다"라는 안내 자막을 내보낸다.
하지만 드라마 내용은 그렇지 않다. '귓속말'에는 실제 뉴스를 장식했던 검찰의 비리가 담겼고, '비밀의 숲' 역시 많은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차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치 검찰' '스폰서 검사'에 관한 뉴스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시청자 입장에서는 드라마 내용이 현실과 관계가 없기는 커녕 매우 개연성이 높게 다가온다.

검찰을 넘어 대법관, 판사, 변호사 등 법을 다루는 자들의 비리를 정조준한 '귓속말'의 박경수 작가는 법을 이용한 도적들을 '법비'(法匪)라고 규정했다. 법을 다룬다면서 법 뒤에서 호박씨를 까고, 법적 지식을 이용해 법망을 피해 다니는 '법꾸라지'들의 행태를 조명했다.

앞서 김영섭 SBS드라마본부장은 '피고인'과 '귓속말'에 대해 "시대적 현실에 맞는 이야기로 시청자의 호응을 얻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조명하지는 않았을 뿐, 최근 드라마 속 비리 검사의 모습은 여러 검찰 비리를 뭉뚱그려놓은 형상이다. 현실의 뉴스를 보며 생겨난 시청자의 분노는 드라마로 옮겨와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막장 드라마 속 악녀가 벌 받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다는 시청자의 심리나, '비리 검사'가 옷을 벗고 감옥에 갇히는 것을 봐야겠다는 마음이나 분노를 자양분으로 하는 것은 일맥상통한다. 이로 인해 자극적인 '분노 상업주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비밀의 숲' 제작진은 13일 "우리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정의로움'"이라며 "주인공 조승우 씨가 '이 시대 거울과도 같은 작품이 될 것'이라고 얘기했을 정도로 이 시대에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 드라마는 시작은 현실보다는 몇 발 느리지만, 결말에서는 현실보다 한발 앞선다. '비리 검사'는 결국 정의로운 검사의 손에 잡히게 되고, 드라마는 "그래도 희망은 있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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