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보름 자정에 폭포수에 가면 큰 구렁이가 여인으로 변할것

충남 홍성의 광천읍에는 오서산이 있는데 여기엔 쌍설매 폭포가 흐르고 그 밑엔 쌍설매 바위라 하여 바위 두개가 나란히 마주 보고 서 있다. 

먼 옛날 광천 고을에 해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꼭 칠월 보름이 되면 그 해 20세의 청년이 비명 소리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보름이 되길 기다려 여러 힘 센 사내들이 20세가 되는 사내를 둘러싸고 보호를 해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 

이런 일이 해마다 있어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 하였다. 그런데 이런 일을 보다 못한 한 청년이 있었다. '설랑'이라 불리는 사내였는데 그 해에는 자신의 친구가 20세가 되는 해였다. 

"가지 마십시오." 그를 사모하는 매화라는 여인이 흐느끼듯 말렸다.그러나 평소에 연마해온 검술로 친구를 구하려는 설랑의 의지는 아무도 말릴수 없었다.

슬픔에 젖어 있는 매화를 달래고는 곧장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친구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두려움으로 떨고 있었다. 설랑 역시 떨렸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자정을 기다렸다.

 하늘엔 둥근 달이 떠 있었다. 드디어 자정이 되었을 쯤 갑자기 이상한 수풀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거기엔 큰 구렁이가 기어오르고 있었다. 그 구렁이는 이내 작은 뱀으로 변하더니 설랑 친구의 방으로 들어갔다. 
설랑은 잽싸게 방으로 뛰어 들어 힘찬 일격의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연기와 함께 한 아리따운 여인이 나타났다. 

설랑 그렇게 명을 제촉 할 필요없잖아. 내년에는 네 차례일테니 말이야. 호호호. 

여인은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설랑은 다시 한번 일격을 가했다. 그러자 주위의 모든 불이 꺼지면서 어두워졌다. 

서늘한 웃음 소리와 함께 설랑 친구의 비명이 들렸다.

이번에도 여전히 당하고 만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세월은 흘러 다음해 봄이 되어 설랑이 20세가 되었다. 그 것 때문에 매화는 산신령에게 매일 기도를 하였다. 어떻게든 설랑을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매일 매일 기도하던 중 백일이 되던 날이었다. 그 날도 여전히 기도를 하는데 깜박 잠이들게 되었다. 꿈에서 산신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거라 칠월 보름 자정을 전후 하여 폭포수에 가면 큰 구렁이가 나와 여인으로 변해 해치려 할것인데 그때 칼을 휘두르도록 하라. 

이윽고 보름날이 되었다. 꿈 이야기를 떠올린 설랑은 폭포수 쪽으로 갔다. 그리고 자정이 되었는데 정말 구렁이가 나타났다. 바짝 긴장하는 둘에게 오더니 여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난 구렁이가 아니고 원래 사람 이었소. 어느날 종을 데리고 여기에 왔다가 그만 이런지경이 되어버렸소. 매년 보름 20세의 총각 열명만 폭포수에 바치면 다시 사람이 될 수 있다오. 

그 여인은 작년까지 9명째였고 올해 설랑을 10번째로 죽이면 끝나는 것이었다. 설랑은 훌쩍 구렁이에게 몸을 날렸다. 업치락 뒤치락 하던 중 칼도 놓쳤지만 맨주먹으로 끝까지 버텼다. 

피 튀기는 싸움이 계속 되어 구렁이는 죽어버리고 설랑도 그만 목숨을 잃었다. 그러자 구렁이는 사람의 모습 즉 여자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 왔다. 이걸 지켜 본 매화는 설랑을 부르짖으며 울었다. 그러다 그만 폭포수 밑으로 몸을 던졌다. 

그 이후 폭포 아래 두개의 바위가 생겨 났는데 설랑과 매화의 이름을 따서 쌍설매 폭포를 '설매 바위'라 부른다.
 
한편 대전시 동구 가오동에 가면 웃터새말이란 마을이 있다. 한 편을 병풍처럼 가린 식장산 산기슭에 있는 마을이다. 

옛날에 유터새말에 은어송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젊은이로서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는 날마다 식장산에 나무를 하러 다녔고, 나무하러 다니다가 우연히 친해진 고산사의 중 범흥과 삼 년간이나 점심을 나누어 먹었다. 식장산 중턱에서 땔나무를 하다가도 점심 때가 되면 중 범흥을 찾아가서 점심을 나누어 먹으며 중과 어울리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고 살았었다.
마음씨가 착한 은어송에게 고마움을 느낀 중 범흥은 마침내 은혜에 보답하는 뜻으로 은어송에게 묘자리를 하나 잡아줬다.

중 범흥이 잡아준 묘자리는 당대발복(當代發福)의 묘자리라 하는데 은어송은 중 범흥의 말대로 자기 아버지 산소를 이곳으로 이장했다. 

은어송이 자기 아버지 산소를 이곳으로 옮기어 장사지내고 돌아오다 산 속에서 소 한 마리를 주웠다. 
산 속에 버려진 소를 끌고와서 집 마당에 매어놓고 저녁을 먹은 다음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이상하게도 여자가 사립문 밖에서 부르는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갔더니 어느 여인이 보따리를 들고 서서 하룻밤을 재워 달라는 것이었다.

첫날 저녁 은어송은 그 여인 얼굴만 가끔 쳐다보다가 뜬 눈으로 새웠다. 그 이튿날 그 여인은 부엌에 들어가서 밥상을 차려왔고, 은어송은 이상한 일이 많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상의할 겸 고산사로 중 범흥을 찾아갔으나, 중 범흥은 다른 절로 가버리고 없었다.

은어송은 자기가 지금 꿈의 경지를 걷고 있는가 하고 자기 살을 꼬집어 봤으나 꿈은 아니었다. 은어송은 집으로 돌아왔다. 은어송이 집에 들어오자 마루에 이상한 살림살이가 놓여 있었다. 은어송은 놀라서 이게 다 뭐냐고 물었더니 그 여인은

"어서 들어와서 글이나 읽으세요. 당신이 성공할 때까지 먹고 살 금, 은, 패물이 있으니 걱정마시고 들어 오세요"하는 것이었다. 그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날부터 은어송은 글을 읽기 시작했다. 그 여인은 학식이 풍부했다. 아내가 된 여인이 시키는대로 열심히 글을 읽었다. 몇 년이 지나 아내가 그만하면 과거에 응시해도 되겠다고 해서 한양으로 올라가 과거에 급제했고, 벼슬길에 올랐다. 그는 벼슬길에 올라서도 곧은 일을 많이 하였으며, 자기에게 글을 가르친 아내에게 보답하기 위해 역적으로 몰린 아내의 아버지도 상소를 해서 풀어 주었고 벼슬살이도 하였다. 늙어서 웃터새말로 와서 살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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