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승에서 못다한 인연 저승에서 이룹시다" 약속했건만~

옛날 이 곳에 우택 이라는 도령이 살았다.

그는 사냥을 즐겼는데 하루는 머슴 한 명을 데리고 사냥을 떠났다.

숲이 우거지고 산새 소리도 여기 저기 지저귀는 자연 속에서 이리 저리 돌아 다니던 중이었다.
 
"아~악!" 산중에 어느 여자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우택은 머슴과 쏜살같이 소리 나는 곳으로 갔다.

거기엔 옷이 너덜해진 한 여인이 떨고 있었고 그녀의 앞에는 집 채 만한 호랑이가 으르릉거리고 있었다.

우택은 몸을 날렸다.오로지 여인을 구하기 위한 일념 이었다. 호랑이와 사람이 엉켜 뒹굴었다.

사내와 호랑이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피가 흥건이 묻었다.

잠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중에 우택의 머슴이 칼을 꺼내더니 호랑이에게 돌진 하였다.

 형세는 금새 호랑이와 머슴이 뒤엉키는 꼴이 되었다.

 둘은 엉킨 채로 몇 번 구르더니 그만 벼랑 밑으로 떨어져버렸다.

그 광경을 보고 흐느끼는 우택에게 여인은 자기의 불찰이라며 용서와 고마움을 번갈아 표하였다.

 그런데 우택을 만나기 이전에 이미 그 여인의 몸종도 그만 호랑이에게 먹혔던 것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둘은 서로 마음이 통해 사랑 하는 사이가 되었다. 허나 그 여인의 집안과 사내의 집안은 격차가 매우 심하였다.

 그 여인의 아버지는 조정에서 일을 맡던 사람이었고 우택의 아버지는 그냥 토호일 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남몰래 사랑을 키워 나갔다.팔월 한가위가 되었다.둘은 만나기로 약속 하였다.

 여인은 장옷을 두르고 약속된 큰 바위로 갔다. 들뜬 마음으로 우택을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서 왔는지 갑자기 큰 호랑이가 눈을 부라리며 나타났다.

그녀는 호랑이를 본 동시에 장옷을 버리고 달아났다.

호랑이는 장옷을 보더니 몇 번 킁킁 거리고는 갈기 갈기 찢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그리고 조금 뒤 우택이 나타났다.

그런데 여인은 온데 간데 없고 장옷만 찢어져 있자 우택은 그 녀가 호랑이 밥이 되었다고 생각 하고는 왈칵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를 두고 먼저 가다니... 우리 이승에서 못다한 인연 저승에서 이룹시다."
 
그는 그만 칼을 꺼내어 자결을 하였다.한편 도망 간 여인은 약속을 떠올리고는 그 바위로 달려갔다.

그런데 거기엔 찢어진 장옷 위에 쓰러진 우택만이 있었다.

그녀는 이내 모든 것을 짐작 하였다.
 
"이럴수가, 제가 죽은 줄 아셨군요" 그녀는 한 참을 울더니 그대로 그만 자결을 해버렸다.

이 남녀가 흘린 피로 바위를 검붉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바위를 먹정바위 또는 무정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한편 공주시 장기면 산학리 대교천이 구비치는 곳에 아무리 한발이 계속되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깊은 못이 있는데, 사람들은 이곳을 장수못이라 부른다. 옛날 이 부근에 허약한 농부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몸이 허약해서 장수가 되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래서 힘이 장사인 사람만 바라보아도 부러워했는데, 어느 날 그는 나무하러 가기 위해 밥을 싸서 지게에 매달고 산에 올라갔다. 한참 나무를 하다가 배가 고파서 200년 정도 묵은 나무 아래에서 점심을 먹고 잠이 들었을 때였다.

곤하게 잠을 자는데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장수가 되고 싶으면 집 근처 큰 냇물이 굽이치는 곳에 못이 있는데, 거기에 20년 묵은 잉어가 살고 있으니 그 잉어를 잡아먹으면 큰 장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꿈에서 깬 농부는 꼭 잉어를 잡아먹고 장수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후 집에 돌아와서 칡넝쿨로 그물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그 못에 그물을 치니, 과연 삼척가량 되는 누런 잉어 한 마리가 펄떡펄떡 뛰는 것이었다. 농부는 있는 힘을 다해 그물을 당겨 잉어를 잡았다. 

집에 와서 잉어를 달여 먹은 그는 날로 힘이 좋아져서 큰 장수가 되었다고 한다. 장수를 낳게 한 연못이라 하여 그 못을 ‘장수못’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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