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 대장암 환자 등 2천700여명 조사결과

채소·과일의 충분한 섭취는 대장암을 예방하는 최고의 식습관으로 손꼽힌다. 그런데 같은 채소·과일이라도 그 색깔에 따라 대장암 예방 효과에 차이가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주황색과 노란색 계열보다는 녹색과 흰색 채소·과일을 더 많이 먹어야 대장암 발생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대학교(총장 이강현) 김정선 교수팀은 우리나라 대장암 환자 923명과 건강인 1천846명을 대상으로 채소·과일의 색깔별로 대장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세계소화기학저널'(World Journal of Gastroente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채소·과일의 총 섭취량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대장암 예방 효과를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여성의 경우 채소·과일 총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과 가장 적은 그룹 사이에 대장암 발생 위험이 3배 차이를 보였다. 또 남성의 경우도 채소·과일 총 섭취량이 가장 많은 그룹이 가장 적은 그룹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을 40% 줄이는 것으로 평가됐다
남녀 모두에서 채소·과일의 총 섭취량이 많을수록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채소·과일을 ▲ 녹색 ▲ 주황색·노란색 ▲ 빨간색·자주색 ▲ 흰색으로 나눈 색깔별 심층 분석에서는 이런 대장암 예방 효과에 차이가 관찰됐다.

남성만 보면 녹색과 흰색 채소를 가장 많이 섭취한 경우 대장암 발생 위험이 각각 51%, 53% 낮아졌다. 그러나 빨간색·자주색, 주황색·노란색의 채소·과일에서는 이런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여성은 녹색, 흰색, 빨간색·자주색 채소와 과일을 가장 많이 섭취한 그룹에서 대장암 발생 위험이 각각 75%, 66%, 34% 감소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남성과 마찬가지로 주황색·노란색 계열의 채소와 과일에선 이런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녹색 채소와 과일에 들어있는 엽산, 섬유질, 루테인, 설포라판, 인돌 등의 성분이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고 세포 손상과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흰색 채소와 과일도 항산화 활동, DNA 손상 감소, 항암 활동 등을 통해 대장암 예방 효과를 낸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김정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즐겨 먹는 한국의 전통식단이 대장암 위험을 낮춘다는 기존의 연구결과와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이라며 "일부 채소와 과일의 색깔에 따라 효과에 차이를 보인 부분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전체적인 섭취량이 많을수록 대장암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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