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비즈니스호텔 1박에 30만원…평일인 4일 포함해 성수기 요금

서울에 사는 김모(40)씨는 5월 징검다리 황금연휴 중 어린이날 전후로 가족들과 3박 4일 일정으로 부산 여행을 계획했다가 포기했다.

해운대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이미 숙박 예약이 거의 완료됐거나 넓은 면적의 객실만 겨우 남아 있는 상태였다.

김씨는 4인 가족이 5월 황금연휴 기간 해운대에 있는 비즈니스급 호텔에서 묵으려면 하루 30만원 정도를 줘야 겨우 방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여행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그는 "사흘간 숙박비로만 100만원 가량을 지불해야 하는데 너무 과하다 싶어 다른 여행지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시스템) 보복 조치로 울상이었던 국내 관광업계가 황금연휴 특수를 누리고 있으나 국내 여행객에게는 반갑지만은 않다.

해운대 등 인기 관광지 일부 숙박업체들이 황금연휴 대목을 노려 평소보다 금액을 올린 휴일 요금을 받기 때문이다.

급기야 황금연휴를 맞아 국내 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은 '바가지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6일 부산 관광업계에 따르면 해운대에 있는 대부분 호텔의 객실 예약이 거의 완료됐다.

부처님 오신 날 5월 3일부터 어린이날인 5일까지는 특급호텔을 비롯해 중저가 비즈니스급 호텔도 만실이다.

516개 객실을 갖춘 경남 거제 대명리조트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객실 예약이 일찌감치 끝났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모(57) 씨는 "5월 7일 하루 예약신청을 해둔 상태이지만 대기순번이 20번으로 너무 길어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동해안 리조트, 주요 관광지 바닷가 펜션, 수도권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인천 강화 등지의 숙박업소도 마찬가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불황 여파와 중국 금한령 등으로 인해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국내 관광지마다 황금연휴를 맞아 모처럼 특수를 맞은 모양새다.

하지만 황금연휴 대목을 노린 일부 숙박업체들이 여름 성수기에 맞먹는 숙박비 요구해 연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의 맘은 편치 않다.

해운대지역 특급호텔은 2인 기준으로 하루 20만∼40만원대 요금을 받고,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중저가 호텔도 15만원 이상 받고 있다.

4인 가족이 비즈니스급 호텔에서 숙박하려면 최소 20만원에서 30만원 정도는 줘야 한다는 것이다.

평소보다 비싼 것은 물론 평일인 4일까지 공휴일인 3일과 5일과 같은 요금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 강화의 한 유명 리조트는 5월 3∼5일 주말 요금을 적용해 2인 기준 객실을 23만원(평일 16만원)으로 올려 받고 있다.

황금연휴 국내 여행을 계획 중인 정모(47·여)씨는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내수관광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국내 여행을 장려하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는데 관광업계가 황금연휴에 비싼 요금을 받아 국내 관광 활성화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푸념했다.

또 "징검다리 연휴에 포함된 평일까지 휴일 요금은 받는 것은 내수관광 확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해운대에 있는 한 호텔 관계자는 "징검다리 연휴도 예약률이 높은 편이어서 호텔 내부 규정에 따라 오래전부터 주말 요금 수준으로 받아왔기 때문에 바가지요금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반대로 황금연휴 기간 숙박비를 할인하는 곳도 있어 눈길을 끈다.

충남도는 주요 관광지와 숙박시설 등이 참여하는 여행주간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부여 백제문화단지는 5∼7일 입장료의 50%만 내면 입장할 수 있고 태안 패총박물관을 비롯한 도내 71개 시설에서는 입장료를 최고 60% 할인해 준다.

천안상록리조트 등 숙박업소 16곳은 20∼30%씩 이용료를 할인하기로 했다.

금산 조팝꽃 피는 마을 신안희망센터 등 체험마을 4곳은 최고 30% 싸게 받는다.

경북도는 오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 '5월 황금연휴 경북관광 대바겐세일'을 한다. 도내 23개 시·군 주요 관광지, 호텔, 음식점, 체험시설 등 944곳이 참여한다.

주요 관광지 134곳은 입장료를 받지 않거나 30∼50% 할인하고 호텔과 한옥체험시설 301곳은 주중 50%·주말 30% 할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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