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잿빛 무한대의 넓은 공계 
차디찬 세력을 만나 
빙점에 도달한 연민 
땅 위로 떨어지는 하얀 꽃이다
 
끝없이 쏟아내는 물오른 실루엣
온 몸으로 매달린 갈잎 하나
창밖이 시리도록 외롭다
 
온 세상을 떠돌던 물방울
기댈 곳 없이 허공중에 
지독히 머물러야만 했던 일생
모두 내려놓은 찬란한 고립이다
 
생애의 골짜기마다
숨이 멎을 듯 깊고 깊어서
하염없는 눈발 소록소록
연정으로 꽃망울 터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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