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잿빛 무한대의 넓은 공계
차디찬 세력을 만나
빙점에 도달한 연민
땅 위로 떨어지는 하얀 꽃이다
끝없이 쏟아내는 물오른 실루엣
온 몸으로 매달린 갈잎 하나
창밖이 시리도록 외롭다
온 세상을 떠돌던 물방울
기댈 곳 없이 허공중에
지독히 머물러야만 했던 일생
모두 내려놓은 찬란한 고립이다
생애의 골짜기마다
숨이 멎을 듯 깊고 깊어서
하염없는 눈발 소록소록
연정으로 꽃망울 터트린다
고현자 기자
gohj@1g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