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을 돌아봐! 네 정성에 감동된 천신이 보내온 약초가 있을게 다"

청라면(靑蘿面) 음현리(奄峴里) 산골로 들어가면 산위에서부터 물이 흐르다가 계곡을 이루어 경치가 참으로 절경인데 그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큰 폭포가 있고 그 근처에 또한 선인이 놀았다는 마을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효녀(孝女)의 고을로 알려진 마을이다.

옛날 (선유동)에 아버지를 일찍 잃고 홀어머니와 살고 있는 소녀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젖먹이 아이였으므로 잘 몰랐으나 어머니만이 부모로 생각하는 그녀는 참으로 효도가 지극한 소녀였다.

원래가 아버지가 남겨놓은 유산이 없었으므로 집안이 가난했었다. 재산이래야 오두막집과 밭 몇마지기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업고 밭에 나가선 한쪽 그늘에 재우고 밭일을 보곤 했었다.

단 두식구인 그들이지만 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마을에서 초상집이나 잔치집이 있으면 으레 그쪽에 가서 먹었다. 소녀는 자라서 그럭저럭 여덟살이 되었다.

이제는 호미를 들고 어머니를 따라 나서서 밭일을 도왔으며 집에서는 으레히 조석을 그녀가 했었다. 그들은 가난하였지만 가난한대로 그래도 행복했었다. 그래서 집안에 자주 웃음꽃이 피곤했었다.

어느덧 아버지 제삿날이 돌아왔다. 그녀와 어머니는 모아 놓았던 곡식으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서 제사를 지냈다. 그들은 제사를 지내고 밤참을 먹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꼭 붙잡고 잠이 들었는데 잠이 들은지 얼마 안되어 어머니가 큰 고통을 받으며 신음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고통은 심해갔다. 새벽녘에는 더욱 심하게 앓기 시작했다. 소녀는 노을이 밝기도 전에 마을 부잣집으로 뛰어가서 약을 얻어다가 먹였다.

그 약을 먹고 어머니는 조금 진통이 가신 듯 하였으나 그냥 병석에 눕게 되고 그녀는 혼자서 집안일을 보살펴야 했다. 그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고 몇날 몇일을 눕다가 가을이 지나고 하얀눈이 내리기 시작하였는데도 어머니는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병석에 눕게 되자 첫째 먹을 것이 없었다. 그녀는 바가지를 들고 곡식을 얻으러 다녔다. 하루도 어머니 곁을 떠나지 못하는 그녀는 곡식을 얻어다가 밥을 해드리고 약을 얻으로 다니곤 했었다.

하루는 눈이 몹시 내리는 날이었다. 아침일찍 곡식을 얻어다가 어머니 미음을 끓여 드리고 깜박 잠이 들었다. 한번 잠이 들면 깊은 잠이 드는 그녀는 그날엔 잠을 자다가 꿈을 꾸게 되었다.꿈에 하얀 노인이 나타나선 말하기를 "어머니 병환을 보고만 있으면 병이 낫는가. 병을 고칠 약을 구해야지 산으로 올라가 봐라. 산에 올라가면 네 정성에 감동된 천신께서 보내는 약초가 있을게 다. 계곡을 돌아봐" 하곤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는 깨어보니 꿈이었다. 꿈으로는 이상한 꿈이었다. 그러나 어머니 병환을 고치기 위해선 약초를 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수건으로 머리를 가리고 계곡으로 나왔다. 계곡에도 눈이 쌓여 있었다. 그는 계곡따라 약초를 찾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렸을까? 계곡에서 미끌어지면서 폭포가 있는 쪽에 다달았다.

그는 앞으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폭포 근처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웃음소리에 움츠리고 그쪽을 바라봤다. 그쪽엔 여러 선녀들이 가야금을 튕기며 놀고 있었다. 여기까지 온 그녀는 선녀들 을 보자 문뜩 배가 고픈 생각이 나서 바위틈에 기댔다.

배가 고파서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는 그래서 깜박할 사이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 먼저 나타났던 노인이 나타났다.

"여기서 뭘하는 거야. 내가 약초를 캐랬지. 잠자라구 그랬나. 선녀들 옆으로 가봐. 가보라니까!" 꿈속에서 노인이 호통을 치는 바람에 그는 잠에서 깨어나서 선녀들이 놀던 곳으로 가봤다. 어느새 선녀들은 어디로 가버리고 없었다. 그는 하늘을 한참 바라보다가 물가를 바라봤다.

거기엔 눈속에 한잎의 풀잎이 나부끼고 있었다."옳지 약초가 바로 이거로구나!" 그는 물속에 들어가서 그 잎파리를 뜯을라는데 그 풀잎엔 뿌리가 있었다. 그는 물속에 들어가서 뿌리를 캔 다음 집으로 뛰어와서 우선 약탕기에 그 뿌리를 넣고 약을 다려서 어머니에게 드렸다.

 몇날 몇일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던 어머니가 그 약을 먹고 거뜬히 일어났다. 그 약초로 몸이 완쾌한 어머니는 자기를 구해준 폭포는 생전 고마운 곳이라고 했다. 그래서 딸을 항시 폭포 가까이 보내며 폭포를 위하도록 했다.

어느날 딸은 여기에서 선녀들을 만났다. 그후부터 딸은 항시 선녀와 같이 놀곤하였는데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딸은 며느리가 되고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선녀들과 같이 놀았다 한다. 그래서 선유동(仙遊洞)은 선녀와 같이 노는 사람이 있다해서 선유동이라 불렀고 그 효녀는 죽어서 하늘로 올라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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