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점제'·'선도부' 없애…"정착 때까지 혼란" 우려도

▲ 선도부 폐지한 인천 고교의 등굣길 교문 풍경 (연합뉴스 제공)

 '담배·라이터 휴대 3점, 휴대전화 미반납 2점, 지각 2점, 싸움 2점, 수업 태도 불량 1점…'

인천의 일선 학교들이 오랜 기간 학생지도 수단으로 사용해온 벌점제도가 폐지된다.
 
인천시 교육청은 시내 전체 518개 초·중·고교에 벌점제와 선도부 폐지, 학생자치활동 활성화를 골자로 하는 학교규칙 제·개정을 요구했다고 30일 밝혔다.

시교육청은 각 학교가 벌점제를 폐지하는 대신 담임교사와 학년 중심의 생활지도를 하고 선도 처분에 앞서 '회복적 생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토록 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벌점이 일정 점수를 초과하면 '학생자치법정'에 부쳐져 반성문 쓰기, 담임교사와 편지 주고받기 등의 벌을 받는다.

인천에서는 지난해부터 교육청이 주도해 학교 선도부를 과감히 폐지하고 교문 지도를 없앤 중·고교가 늘고 있다.

선도부가 권위주의의 산물이고 요즘 시대 상황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현장의 교사들도 공감해온 터였다.

벌점제와 선도부가 사라진 학교에서는 다양한 규칙 준수가 학생자치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이전보다 상점을 후하게 주고 우수학생과 학급에 대한 시상 횟수도 늘린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벌점제와 선도부를 없애는 것은 일방적인 학생 생활지도에서 소통하는 생활교육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이라며 "상점을 늘리고 학생들의 자치 능력을 길러 교권과 학생 인권을 조화를 이루게 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1학기 시범사업으로 100개 중·고교에 500만원씩을 지원해 학생 자치회의실을 만들 예정이다.

매월 한차례 학급자치활동 시간을 운영하고 분기별 학생 대의원회를 열어 토론한 내용을 학교 운영에 반영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벌점제와 선도부가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생활지도 효과가 크지 않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막상 폐지하면 학생자치가 정착될 때까지 혼란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학생부장은 "당장 벌점제와 선도부를 폐지하면 일선 교사들이 생활지도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면서 "학생자치가 성숙할 때까지 어느 정도 과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민 직선 2기 교육감으로 2014년 7월 취임한 이청연 교육감은 두발규제 개선, 등교 시간 정상화, 보충수업 자율학습 선택권 보장 등을 시행하고 신설 학교에는 권위주의의 상징이자 일제의 잔재라는 비판을 받는 운동장 구령대를 설치하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