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노인이 살고 있는 안개속의 신비한 섬은 끝내 찾지 못하고~

어부 세 사람이 고기를 잡기 위해 돛단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그날따라 고기가 잡히지 않아 걱정을 하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돛단배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었다. 

무서운 바람과 파도가 돛단배를 뒤흔들었다. 어부 세 사람은 죽을힘을 다하여 돛단배를 부둥켜안고 목숨이라도 살아남기를 하늘에 빌었다. 

집을 떠난 지 닷새째 되는 날에야 바람도 자고 파도도 잔잔해졌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 집을 찾을지도 몰랐다. 그때 저 멀리 구름처럼 생긴 섬이 보였는데, 사람이 살 것 같지는 않았다. 

어부들은 양식이 다 떨어져 배도 고프고 먹을 물도 없으니 일단 섬에 올라가서 먹을 물이라도 구하자고 하였다. 구름에 싸인 섬은 제법 컸는데, 그 섬에는 대나무만이 우거져 있었다.
어부 세 사람은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안개가 짙은 곳을 가 보니 울창한 왕대밭이 있었다.

왕대밭이 있으면 분명히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라고 생각한 세 사람은 사람의 흔적을 찾기 위해 돌아다녔다. 그때, 저 멀리 기와집 같은 것이 보였다.

세 사람이 그 집을 향해 가 보니 수염이 하얀 노인 한 분이 대문을 열어 놓고 세 사람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염이 하얀 노인의 목소리는 점잖으면서도 우렁찼다. 그리고 눈매에서는 빛이 나고 용모는 단정하여 범치 못할 위엄이 느껴지는 것이 속세의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어부 세 사람은 고기를 잡기 위해 울릉도에서 출항한 것 부터 파도를 만나 지금까지 바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을 이야기하고 나서 나흘 동안 물 한 모금 먹지 못해 배가 너무 고프다며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것을 달라고 부탁하였다.
 
노인이 처음에는 이 섬에는 먹을 것이 없다고 하다가 잠시 후에 모양은 사과같이 생겼으나 맛은 사과가 아닌 과일을 주었다.

어부 세 사람은 너무 배가 고파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어서, 사과같이 생긴 과일을 눈 깜짝할 사이에 다 먹어 버렸다. 한 개로는 양이 차지 않아 한 개씩만 더 달라고 노인에게 부탁을 했더니 이 과일은 한 개만 먹어도 1년을 살 수 있는 신비한 과일이라고 하였다.

노인의 말을 듣고 생각을 하니 배가 고픈 것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어부 세 사람이 생기를 되찾자 노인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인도해 주겠다고 하였다. 이들은 너무나 기뻐 노인이 가리키는 곳으로 배를 몰기 시작하였다.

이윽고 저 멀리 수평선 위에 산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하자 노인은 사과같이 생긴 과일을 세 개 주면서 햇빛이 없는 곳에 보관해야 하며 석 달 열흘 만에 먹어야 된다고 당부하고는 배 안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드디어 어부 세 사람은 그렇게도 그리워하던 가족이 살고 있는 울릉도로 돌아왔다. 며칠째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아 죽은 줄만 알았던 어부 세 사람이 멀쩡하게 살아 돌아와서 가족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조차 신기해하였다.

어부 세 사람은 하얀 수염의 노인이 살고 있는 안개에 싸인 신비한 섬과 사과같이 생긴 신기한 과일, 왕대나무의 숲 등을 이야기하며 마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어부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 중에 호기심 많은 몇 명은 어부 세 사람을 부추겨 식량과 물을 싣고 노인이 살고 있는 신비한 섬을 찾기 위해 바다를 헤매었다. 

그러나 제철이 아닌 복숭아꽃이 바다에 떠서 내려오는 것은 보았지만 풍랑이 심해 노인이 살고 있는 그 안개에 싸인 신비한 섬은 끝내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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