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세가 아름다워 "신선의 영이 이곳에 깃들다"

돌아오는 날 아침, 중국 10대 사찰 중에 하나인 영은사 (靈隱寺)를 찾았다. 영은사는 서호의 서쪽 北高峰의 기슭에 있는 고찰로 1600여년전 東晉 시대에 인도 승려 慧理가 항주에 왔다가 이곳 산의 기세가 아름다워 "신선의 영이 이곳에 깃들어 있다(仙靈所隱)"고 말한 후 사찰을 짓고 이름을 영은(靈隱)이라 지으면서 만들어진 절이다. 天王殿에는 "雲林禪寺"라고 쓰여진 편액이 걸려 있는데, 청대 康熙 황제의 자필로 알려져 있다. 강희가 남쪽 지방을 순찰하던 중 항주 北高峰에 올랐는데, 구름이 자욱하고 안개가 덮인 곳 속에 영은사가 있는 것을 보고 이 네 글자를 생각해 냈다고 한다. 大雄寶殿은 높이 33.6미터의 중국에서 유명한 건축물 중 하나로 24.8미터의 여래불상이 있는데, 1956년에 절강미술대학 교수와 예술인들이 합작해 만든 걸작이다. 大雄寶殿 양 옆에는 20존자천불상이 있고, 대전 앞에는 宋대에 건축된 8각 9층 석탑이 있다. 五百羅漢堂 중앙에 네 분의 보살이 모셔져 있는데 이 중엔 신라의 승려 김교각(696~794) 지장보살도 있다. 김교각 스님은 신라 왕족 출신으로 일찍이 불교에 귀의해 중국 구화산에서 중국불교 4대 성지의 하나인 지장도량을 일구어 중국 국민들로부터 지금도 지장보살로 추앙받고 있는 자랑스런 스님이다. 서기 794년 스님의 나이 99세 되던 해 7월30일 스님은 가부좌한 채 열반하셨는데 제자들이 스님의 시신을 석함에 그대로 넣어 봉한 후 3년 뒤에 열어보니 얼굴색이 살아있을 때와 변함이 없어 사람들은 보살이 되어 돌아왔다고 하였고, 중국의 황제들과 시인들은 지장보살로 추앙받는 스님을 위해 앞 다투어 칭송하는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영은사에서 작은 시내 건너에 있는 飛來峰에는 72개나 되는 환상적인 동굴과 5대와 송나라에 걸쳐서 만들어진 3백 30개가 넘는 석굴조각상이 볼 만하였다. 최근에는 불공을 드리기 위해 몰려드는 중국인들의 성지가 되었다.

영은사를 끝으로 杭州⦁紹興에서의 3박4일을 무사히 마쳤다. 왕희지의 발자취와 인생 여정을 함께 걸어보는 시간이 되었고, 무엇보다 마하 선주선선생의 격려와 협조로 더욱 뜻 깊은 여행이 될 수 있었기에 회원을 대표해 다시한번 감사드린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우린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담았으니 삶이 한층 더 풍성하리라! 이번 여행에 함께하지 못한 회원들에게는 다음에는 꼭 동참할 수 있기를 바라며 心眼齋에서 人生似旅路를 읊조리며 항주·소흥 紀行의 글을 맺는다.

人生始效父嚴威  인생은 처음에 부친의 엄위 본받고

相長尊師後善歸  스승과의 교학상장 뒤에 선으로 돌아가네.

多涉風波心地固  많은 풍파 겪으면 심지가 굳어지고

屢行旅路賦材肥  자주 여행 떠나면 시재는 살찐다네.

臨池半百猶蒙手  글씨 쓴지 반백년에 여전히 글씨는 여리고

覓句三更不解衣  시 짓느라 밤늦어도 옷을 벗지 못 한다네

虛送靑春難可及  헛되이 보낸 청춘 돌이키기 어려우니

曩時爲鑑還爲지난세월거울삼아또한기회로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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