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을 詩興따라

글 章石 徐明澤 

오랫동안 중국 강남여행을 꿈꿔오던 선묵회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인천 공항에 모였다.

이번 여행을 기획한 나와 14명이 12시 아시아나항공에 탑승, 행선지인 옛 南宋의 수도 杭州로 향하였다. 上有天堂 下有蘇杭이라는 말과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水鄕의 도시니 만큼 기대는 여느 때와 달랐다.  

항주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북경에서 도착한 文功烈박사와 현지에서 유학중인 후학들이 현지 가이드와 함께 우리 일행을 정겹게 맞아 주었고 시내로 이동 胡雪岩故居를 찾았다. 

청나라 말 지어진 胡雪岩(1823~1885)故居는 밖에서는 집안을 볼 수 없도록 담장을 높이 하여 마치 요새와 같았다. 실로 19세기~20세기 중국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화려한 공연장이나 고즈넉하고 정갈한 정원이 이렇듯 온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하고 놀라울 정도였다. 특히 온갖 위험을 무릅쓰며 사업을 일으키는 냉혹한 사업가였던 호설암의 어록 중에 이런 말도 있었다. “經商을 하는 자의 가장 큰 명예는 타인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의 최고 은덕은 ‘너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업인의 가장 큰 덕목은 일자리 창출인 셈이니 중국 청나라 말기 장사를 통해 부(巨富)를 이뤘던 胡雪岩의 정신을 읽을 수 있었다. 당시 淸 皇帝보다 부자였다니 胡雪岩의 위상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을 만하다. 

저녁 식사 후 송성에 도착 송성가무쇼(宋城歌舞表演) 공연을 기다리며 옛 송나라 거리의 모습을 재현한 성내를 걸었다. 성벽 쪽에는 거대한 불상이 올려다 보이고 송나라 복장을 하고 악기를 연주 하는가 하면 인형극도 올리고 귀신의 집도 있어  담력을 시험해 보기도 하였다. 

송성가무쇼는 중국이 세계3대쇼 중 하나라고 자랑하는 뮤지컬로 西湖를 배경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 송나라 민족영웅의 이야기를 전하는 가무극이다. 총 3,000석의 관람석과 300여명이 출연하는 거대한 시설과 화려한 조명이 움직이는 무대까지 설치해서 실감을 더해 주었다. 수시로 바뀌는 무대는 폭포수가 넘쳐흐르다가 대포를 쏘고 기마병이 내달리니 모두가 공연에 잠시 넋을 놓은 듯 빠져들었다. 내려오는 길엔 주막이 즐비함에 참새가 어찌 방앗간을 지나치리오만 조촐한 술자리가 기다리고 있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숙소(杭州浦京花園酒店)에 여장을 풀고 다시 한자리에 모여 북경에서 문공렬박사가 空輸해온 白酒로 여행의 첫날을 장식했다.

다음 날 오전 魯迅記念館을 관람하였다. 虹口(魯迅 루쉰)공원 안에 있는 노신기념관은 중국 근대화의 아버지로 추앙 받는 '루쉰'이 말년을 보낸 집이다. 마오쩌둥의 친필 묘비명이 세워져 있는 墓도 있고, 조지겸 ․ 동기창 등의 소품도 걸려 있어 안복을 누렸다. 魯迅은 시인이며 작가(1881~1936)로서 작품을 통해 낡은 도덕을 비판하고 사회악의 근원을 날카롭게 파헤쳤으며, 民衆愛와 투쟁 정신을 담았던 인물이다. 중국 근대 문학의 바탕을 확립한 선구자로서 그 업적이 높이 평가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아큐정전(阿Q正傳)>, <광인 일기(狂人日記)>외 여러 문집이 있다. 

일행은 연이어 陸游와 唐琬의 사랑이 깃든 沈園을 찾았다. 

陸游(陸放翁:1125-1210)는 南宋四大家의 한 사람으로 남송 시단을 대표한 중국의 역대 시인들 가운데 가장 많은 시를 남긴 대시인으로 무려 9,000여 편이나 된다. 그가 20세 되던 해 외사촌 누이인 唐琬과 결혼을 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근친결혼은 금기했기에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심금을 울리며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결혼 3년 만에 이혼을 당하게 되고, 그 후 각자 재혼은 하였으되 3년만 살고 헤어졌던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한 체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단다. 어느 봄날 육유가 沈家花園을 찾았을 때 새 남편과 연회를 하고 있던 당완을 만난다. 당완은 육유를 보고 옛 정을 생각하여 술과 안주를 보냈고, 육유는 서글픈 심정을 주체할 길 없어 화원 벽에 사(詞)를 남겼다.
        
   紅酥手 黃藤酒        고운 손 살포시 들어 황등주 권할 적에
   滿城春色宮牆柳       성 가득 봄빛에 버들가지 담장에 드리우네. 
   東風惡 歡情薄        짓궂은 봄바람에 기쁜 정 잠깐이고             
   一懷愁緖 幾年離索    마음 가득 시름 안고 이별한지 몇 해던가?  
   錯!錯!錯!             잘못이다!  잘못이야. 잘못되었네!
   春如舊 人空瘦        봄은 예전 같으나 사람은 부질없이 야위어 
   淚痕紅浥鮫綃透       흐르는 눈물자국 붉게 손수건을 적시네. 
   桃花落 閑池閣        복사꽃 떨어지는 한가한 못가의 누각에 
   山盟雖在 錦書難託    태산 같이 굳은 맹세, 글마저 전하기 어렵구나. 
   莫! 莫! 莫!           생각을 말자! 말아. 하지를 말자! 

이에 답하여 당완 역시 같은 제목으로 자신의 애절한 마음을 담아 答詞를 남기고, 몇 년 후 당완은 괴로워하다 세상을 떠나고 만다.

   釵頭鳳 당완(唐琬)
   世情薄 人情惡       세상도 야박하고 인정도 모질구나.
   雨送黃昏花易落      황혼에 비 내리니 꽃잎마저 쉬이 지네
   曉風乾 淚痕殘       새벽바람에 말라가네, 아직 남은 눈물 자국
   欲箋心事 獨語斜闌   내 마음 편지를 쓰려다가 독백하며 난간에 기대섰네.
   難! 難! 難!          어렵구나! 어려워. 너무 어려워!
   人成各 今非昨       우리는 남이 되어, 오늘은 어제가 아니로세.
   病魂常似秋千索      병든 영혼은 늘 그네 줄처럼 오락가락
   角聲寒 夜闌珊       싸늘한 야경꾼 호각소리에 산호 발 너머 밤은 깊어
   怕人尋問 咽淚妝歡   남이 물어 올까봐 목 메인 눈물 기쁜 듯이 삼키네.
   瞞! 瞞! 瞞!          속였구나! 속였어. 내 마음 속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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