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산시문학회 사무국장 박민순

이번 번개 모임(급하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모인 모임)은 우리의 단골이 된 ㅇㅇ해물칼국수에서 모였다. 아내는 끝물인 시큼털털한 귤과 엊그제 주워온 은행을 들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 오산시문학회 회원들에게 내놓았다. 가족 같은 분위기로 이끄는 공 회장님은 우리가 맛있게 먹은 만두와 칼국수 식대도 냈는데 마침 칼국숫집에서 불우이웃돕기로 판다는 대봉감 두 상자도 사 회원들에게 헤어질 때 일일이 나눠주신다.

사람은 5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 6부(쓸개, 소장, 위, 대장, 방광, 명문)를 갖고 산다는데 공 회장님은 ‘베풂장’이란 장기를 하나 더 단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6장 6부를 지닌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체구는 작지만 나눔을 생활화하는 손이 큰 여인이다. 달마다 20여 군데 자선단체에 1만원에서 3만원까지 기부하며 나눔의 기쁨을 행복으로 만끽하며 사는 여인이다. 그런 나눔과 베풂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정말 그것이 알고 싶다.

나도 어제(11월 21일) 비록 많지는 않은 액수지만, 문화행복나눔이음(경기도시낭송협회) 월 후원비, 땅콩나눔(짜장면)봉사회 연회비, 질병이나 사고, 또는 선천적인 장애로 손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이 입이나 발로 그림을 그려 창작활동을 하는 화가들의 모임인 구족(口足)화가협회에 후원금을 송금했다. 내 노력 내 땀으로 힘겹게 번 돈을 나눠 더 어려운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이웃에게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 뿌듯하다.

오늘(11월 22일)도 김선우 시인과 함께 화성동부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정문 앞 채마밭에서 김장용 무를 뽑으시던(김장하고 나머지는 결혼하여 따로 사는 아들네와 성남시에서 식당을 하는 딸네 보낼 거라고 함) 할머니께서 우리를 불러 세우더니 양손에 큰 무 두 개씩을 쥐여준다. 경찰서 식당에 올 때마다 땡볕에도 채마밭에서 일하는 노부부에게 몇 번 농사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마침 점심을 먹으러 가는 중이라서 ‘함께 경찰서 밥을 먹자’고 했더니 겸연쩍게 웃으시며 ‘어떻게 공짜 밥을 얻어먹느냐’고 손사래를 치시더니, 손수 농사지은 무를 주시는 할머니. 30년 전 돌아가신 내 어머니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추운 겨울이 다가온다. 세상은 어지럽고 춥게 돌아가지만, 서로 나누고 돕는 따스한 마음으로 기쁨과 행복을 느끼며 한 해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누구나 오늘 이 만큼의 여유와 행복,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나를 도와준 이웃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이웃을 돕고 살아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나의 도리라 생각한다. 배고플 때 밥  한술 주었던 사람의 은혜는 죽는 날까지 잊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저작권자 © 일간경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