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귀 김동원매화 꽃잎은 천천히 허공을 여네. 말귀는 열어 두고, 찻잔 속에 향을 머금네. 대숲 바람이 눕는 사이, 부드럽게 모음이 구르네. 말은 오므라 드네, 아니, 벌어지네. 그래, 그래, 조여 지는 말의 체위. 달빛은 바람의 샅을 핥고 있네.구름은 또, 허공의 귓등 새로 말이 흐르네.색의 자음들이 올라타네. 홍紅, 홍紅, 홍紅, 베갯머리에선 색 쓰는 소리가 깊네. 노랑 말귀를 알아듣는 노란 단풍. 산이 풀리고 노을이 닫히고, 사이사이 말귀가 트이네. 겨울 눈 내리고 봄꽃 피고, 돌아보니, 문득, 말들이 사라지고 없네.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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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2022.04.18 18:21